2007년 08월 06일
디 워, 크랩태큘러 craptacular~
(이번에는 제 글입니다. 재활용 아닙니다. ^^)
1.
어젯밤 강동 CGV 9시25분 영화를 봤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극장 안에 들어가니 "이건 한국의 전설인데..." 하는 장면이 흘러가고 있더군요.
하여튼 결론적으로, 볼만 했습니다. 뭐 처음부터 대단한 스토리텔링이나 복선, 반전 같은 걸 기대한 게 아니라, 그저 괴물들이 LA를 무지막지하게 때려부수는 장면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괴물들은 아주 만족스럽게 난장판을 쳐주니까요.
초반부가 조금 지루하다고 하던 사람들도 있던데 전 시간이 상당히 잘 가더군요. 영화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에 이무기 뱃살이 출렁거리고 악마의 군단이 조선시대 마을을 습격하고 등등... 하여튼 제 기준으로 볼 때는 지루한 영화는 아닌 게 분명합니다. 스파이더맨3을 볼 때도 옆에서 졸던 저의 영화메이트가 이번에는 눈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더군요.
'볼만 하다' 말고 영화의 느낌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저는 크랩태큘러 craptacular하다고 말하겠습니다. 에인잇쿨뉴스에 리뷰를 보냈던 어떤 친구 말대로 아무 생각없이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누차 지적된 바, 연기 스토리텔링 편집 모두가 엉성하지만 "아무 이유없어!"하고 마구 지나가 버리니, 저같이 무딘 관객은 그게 이상했다고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LA를 습격하는 괴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LA전투씬이 끝나면 바로 죽음의 제단을 앞에 두고 착한 이무기와 나쁜 이무기의 또다른 전투가 이어집니다. 분석이고 뭐고 할 시간을 안 줍니다. 어느새 전투가 끝나고 용이 승천하고 나면 후다다닥 영화가 끝나버리고 심형래 인간극장이 이어집니다. (전 인간극장 시작할 때 바로 나와버렸습니다.)
하여튼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못 만든 영화도 아닙니다. 이거 참 묘한데요. 심감독은 잘 뽑아낸 전형적인 미국식 블록버스터를 만들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그 옛날 미국에서 유행했던 괴물 나오는 B급 영화의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연기고 스토리고 뭐고 그저 무시무시한 괴물이 한시간반 동안 관객들을 놀래키는 영화 말이에요.
2.
영화를 보고 나니 디워를 둘러싼 논쟁들이 더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제 감상으로는 별 논쟁거리가 될 만한 영화가 아니거든요. 그냥 괴물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와 거리며 보고 말면 그만인 영화니까요. 전 이 영화가 심지어 진지한 비평의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평하고 말고 할 것조차도 없다니까요. 물론 독수리오형제에서도 "일본인들의 의식속에 잠재한 핵공포" 따위를 읽어내는 비평가들이 있겠지만, 킬링타임용 무비 하나를 두고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나오는 평론가들은 잘 없지요. 네, 그래요. 이건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무비거든요.
그런데도 소위 '논쟁'이란 게 일어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걸 '영화' 이상의 어떤 것으로 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전 바로 그 부분이 좀 마뜩치가 않습니다.
솔직히 전 디워가 미국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 지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그 전에 우리나라 영화의 '산업적 측면'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야 뭐 한 사람의 영화팬에 불과하고 한국영화든 외국영화든 그저 재미있는 영화들이 쏟아져나와서 제게 계속 즐거움을 주면 좋겠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왕이면 한국영화가 잘 되면 좋지요. 하지만 솔직히 그걸 '아주 열심히' 바라진 않아요. 전 삼성전자의 애니콜을 쓰고 있는데 이왕이면 애니콜이 해외에도 잘 팔리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모토롤라나 노키아가 애니콜을 작살낸다 해도 "뭐 할 수 없지. 삼성이 좀 분발해야겠네" 정도로 생각하고 말 겁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인터넷을 돌아다녀보니 바로 그 "디워의 산업적 성공, 한국영화산업의 부흥"에 관심있는 분들이 꽤 많더군요. 이런 거 볼 때마다 한국영화계는 걱정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아서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일하는 업계는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거든요. ㅠㅠ
3.
정말 영화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면 버얼써 끝났을 것이, '애국심'이니 '인간극장'이니 따위가 끼어들어서 논쟁이 길어진 것 같아요.
사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많은 한국영화들이 애국심 마케팅을 해왔고 디워가 예외는 아니지요. 한반도, 태풍, 괴물 등등 소위 '블록버스터'가 개봉될 때마다 '한국영화의 자존심' 어쩌고 하면서 관객들을 유혹했고, 영화사나 언론들은 해외 영화제에서 상타는 걸 무슨 올림픽 메달 따는 것처럼 홍보하고 관객들은 그에 은근히 동조하기도 했지요. 디워가 전례없이 미국에서 대규모로 개봉된다는 걸 감안할 때, '애국심 마케팅'을 안 써먹으면 오히려 이상할 겁니다. 장사꾼 입장에선 통하는 걸 알면서 안 써먹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누구 말대로 애국심이든 어떤 마케팅이든 아무리 열심히 마케팅을 해도 영화 자체에 매력이 없으면 오래 못 가요. 예전에 직접 그런 사례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한 적이 있는데요. 마케팅은 초반에 위력을 떨칠 뿐 결국에는 관객들의 입소문이더라구요.
4.
논쟁 와중에 뜬금없이 '대중독재' 어쩌고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더군요. 혹자는 노무현, 황우석 등과 비교하면서까지 '디워현상'을 비판하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이번에도 (스스로)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자)들의 오버 내지는 엄살입니다
황우석이야 어차피 대중들의 논쟁감이 아니었는데 유행을 탄 것이지만, 노무현과 디워는 정확히 대중들의 영역에 속하는 게 맞거든요. 투표권이 있는 자라면 누굴 대통령으로 뽑을 지 결정할 권리가 있고, 영화표 살 돈이 있는 자라면 어떤 영화를 보든 지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당연히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영화를 옹호할 자유도 있는 것이지요.
다만 그 와중에 역시 오버하는 찌질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독재'라니요. 독재 구경도 못해봤나요. 영국의 훌리건들이 개난리 친다고 '훌리건독재'라는 표현을 쓰던가요?
그건 그렇고... 잠깐 곁길로 새어가서 '대중'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대중'이란 용어 자체가 약간 엘리트주의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지금이야 대중, 대중문화, 대중매체 등등 대중이란 용어가 흔하지만, '대중'은 역사가 오래된 개념은 아닌데요. '대중 mass'이란 용어를 맨 처음 유행시킨 사람은 아무래도 스페인의 오르테가 이 가세트라고 기억합니다.
그는 어차피 세상은 귀족들이 지배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대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예전에는 (흩어져 있을 때는) 신민, (모여봐야) 군중에 불과했던 (아무 것도 모르는 천박지축 같은) 이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기미를 보이더라 이겁니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그걸 보고 "앗, 뜨거라." 한 거죠.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 [대중의 반역]은 바로 그런 걱정을 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민이나 군중이 아닌 '대중'이 '대세'가 된 이후, 좌파학자들도 그들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도르노인데요. 그는 대중문화란 것이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창조한 게 아니라 엘리트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고 대중들은 무비판적으로 소비만 할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중문화'란 용어 대신 '문화산업'이란 용어를 고수하지요. (요즘 유행인 '문화산업'이란 용어에는 이런 부정적인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렇게 좌파든 우파든 대중들을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할 능력(혹은 자격)이 없는, 귀족보다는 확실히 열등하고, 시민으로 성장하지는 못한, 불완전한 존재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이런 경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혹시 이 게시판에서 스스로 지식인 혹은 엘리트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스스로 물어보세요. 대중 혹은 대중의 판단을 얼마나 신뢰하시나요?
저 역시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세계인들 대부분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한 이들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책임있는 '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요. 왜냐하면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이거든요. 내가 싫어도 사람들이 집합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걸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전 무척 싫어했지만 사람들이 '실미도'를 사상최고흥행영화로 만들어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대중시대의 부작용인가요? -_-;; 하지만 독재라고 부르긴 어렵겠죠.
디워는... 글 쓰다 보니 벌써 내용이 가물가물하네요. -_-;; 그런 영화에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시간 때우기에 좋은 영화. 이렇게 논쟁이 붙을만한 영화가 아니라는 게 제 결론...
어젯밤 강동 CGV 9시25분 영화를 봤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극장 안에 들어가니 "이건 한국의 전설인데..." 하는 장면이 흘러가고 있더군요.
하여튼 결론적으로, 볼만 했습니다. 뭐 처음부터 대단한 스토리텔링이나 복선, 반전 같은 걸 기대한 게 아니라, 그저 괴물들이 LA를 무지막지하게 때려부수는 장면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괴물들은 아주 만족스럽게 난장판을 쳐주니까요.
초반부가 조금 지루하다고 하던 사람들도 있던데 전 시간이 상당히 잘 가더군요. 영화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에 이무기 뱃살이 출렁거리고 악마의 군단이 조선시대 마을을 습격하고 등등... 하여튼 제 기준으로 볼 때는 지루한 영화는 아닌 게 분명합니다. 스파이더맨3을 볼 때도 옆에서 졸던 저의 영화메이트가 이번에는 눈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더군요.
'볼만 하다' 말고 영화의 느낌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저는 크랩태큘러 craptacular하다고 말하겠습니다. 에인잇쿨뉴스에 리뷰를 보냈던 어떤 친구 말대로 아무 생각없이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누차 지적된 바, 연기 스토리텔링 편집 모두가 엉성하지만 "아무 이유없어!"하고 마구 지나가 버리니, 저같이 무딘 관객은 그게 이상했다고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LA를 습격하는 괴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LA전투씬이 끝나면 바로 죽음의 제단을 앞에 두고 착한 이무기와 나쁜 이무기의 또다른 전투가 이어집니다. 분석이고 뭐고 할 시간을 안 줍니다. 어느새 전투가 끝나고 용이 승천하고 나면 후다다닥 영화가 끝나버리고 심형래 인간극장이 이어집니다. (전 인간극장 시작할 때 바로 나와버렸습니다.)
하여튼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못 만든 영화도 아닙니다. 이거 참 묘한데요. 심감독은 잘 뽑아낸 전형적인 미국식 블록버스터를 만들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그 옛날 미국에서 유행했던 괴물 나오는 B급 영화의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연기고 스토리고 뭐고 그저 무시무시한 괴물이 한시간반 동안 관객들을 놀래키는 영화 말이에요.
2.
영화를 보고 나니 디워를 둘러싼 논쟁들이 더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제 감상으로는 별 논쟁거리가 될 만한 영화가 아니거든요. 그냥 괴물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와 거리며 보고 말면 그만인 영화니까요. 전 이 영화가 심지어 진지한 비평의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평하고 말고 할 것조차도 없다니까요. 물론 독수리오형제에서도 "일본인들의 의식속에 잠재한 핵공포" 따위를 읽어내는 비평가들이 있겠지만, 킬링타임용 무비 하나를 두고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나오는 평론가들은 잘 없지요. 네, 그래요. 이건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무비거든요.
그런데도 소위 '논쟁'이란 게 일어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걸 '영화' 이상의 어떤 것으로 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전 바로 그 부분이 좀 마뜩치가 않습니다.
솔직히 전 디워가 미국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 지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그 전에 우리나라 영화의 '산업적 측면'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야 뭐 한 사람의 영화팬에 불과하고 한국영화든 외국영화든 그저 재미있는 영화들이 쏟아져나와서 제게 계속 즐거움을 주면 좋겠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왕이면 한국영화가 잘 되면 좋지요. 하지만 솔직히 그걸 '아주 열심히' 바라진 않아요. 전 삼성전자의 애니콜을 쓰고 있는데 이왕이면 애니콜이 해외에도 잘 팔리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모토롤라나 노키아가 애니콜을 작살낸다 해도 "뭐 할 수 없지. 삼성이 좀 분발해야겠네" 정도로 생각하고 말 겁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인터넷을 돌아다녀보니 바로 그 "디워의 산업적 성공, 한국영화산업의 부흥"에 관심있는 분들이 꽤 많더군요. 이런 거 볼 때마다 한국영화계는 걱정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아서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일하는 업계는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거든요. ㅠㅠ
3.
정말 영화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면 버얼써 끝났을 것이, '애국심'이니 '인간극장'이니 따위가 끼어들어서 논쟁이 길어진 것 같아요.
사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많은 한국영화들이 애국심 마케팅을 해왔고 디워가 예외는 아니지요. 한반도, 태풍, 괴물 등등 소위 '블록버스터'가 개봉될 때마다 '한국영화의 자존심' 어쩌고 하면서 관객들을 유혹했고, 영화사나 언론들은 해외 영화제에서 상타는 걸 무슨 올림픽 메달 따는 것처럼 홍보하고 관객들은 그에 은근히 동조하기도 했지요. 디워가 전례없이 미국에서 대규모로 개봉된다는 걸 감안할 때, '애국심 마케팅'을 안 써먹으면 오히려 이상할 겁니다. 장사꾼 입장에선 통하는 걸 알면서 안 써먹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누구 말대로 애국심이든 어떤 마케팅이든 아무리 열심히 마케팅을 해도 영화 자체에 매력이 없으면 오래 못 가요. 예전에 직접 그런 사례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한 적이 있는데요. 마케팅은 초반에 위력을 떨칠 뿐 결국에는 관객들의 입소문이더라구요.
4.
논쟁 와중에 뜬금없이 '대중독재' 어쩌고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더군요. 혹자는 노무현, 황우석 등과 비교하면서까지 '디워현상'을 비판하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이번에도 (스스로)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자)들의 오버 내지는 엄살입니다
황우석이야 어차피 대중들의 논쟁감이 아니었는데 유행을 탄 것이지만, 노무현과 디워는 정확히 대중들의 영역에 속하는 게 맞거든요. 투표권이 있는 자라면 누굴 대통령으로 뽑을 지 결정할 권리가 있고, 영화표 살 돈이 있는 자라면 어떤 영화를 보든 지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당연히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영화를 옹호할 자유도 있는 것이지요.
다만 그 와중에 역시 오버하는 찌질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독재'라니요. 독재 구경도 못해봤나요. 영국의 훌리건들이 개난리 친다고 '훌리건독재'라는 표현을 쓰던가요?
그건 그렇고... 잠깐 곁길로 새어가서 '대중'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대중'이란 용어 자체가 약간 엘리트주의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지금이야 대중, 대중문화, 대중매체 등등 대중이란 용어가 흔하지만, '대중'은 역사가 오래된 개념은 아닌데요. '대중 mass'이란 용어를 맨 처음 유행시킨 사람은 아무래도 스페인의 오르테가 이 가세트라고 기억합니다.
그는 어차피 세상은 귀족들이 지배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대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예전에는 (흩어져 있을 때는) 신민, (모여봐야) 군중에 불과했던 (아무 것도 모르는 천박지축 같은) 이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기미를 보이더라 이겁니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그걸 보고 "앗, 뜨거라." 한 거죠.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 [대중의 반역]은 바로 그런 걱정을 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민이나 군중이 아닌 '대중'이 '대세'가 된 이후, 좌파학자들도 그들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도르노인데요. 그는 대중문화란 것이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창조한 게 아니라 엘리트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고 대중들은 무비판적으로 소비만 할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중문화'란 용어 대신 '문화산업'이란 용어를 고수하지요. (요즘 유행인 '문화산업'이란 용어에는 이런 부정적인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렇게 좌파든 우파든 대중들을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할 능력(혹은 자격)이 없는, 귀족보다는 확실히 열등하고, 시민으로 성장하지는 못한, 불완전한 존재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이런 경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혹시 이 게시판에서 스스로 지식인 혹은 엘리트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스스로 물어보세요. 대중 혹은 대중의 판단을 얼마나 신뢰하시나요?
저 역시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세계인들 대부분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한 이들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책임있는 '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요. 왜냐하면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이거든요. 내가 싫어도 사람들이 집합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걸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전 무척 싫어했지만 사람들이 '실미도'를 사상최고흥행영화로 만들어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대중시대의 부작용인가요? -_-;; 하지만 독재라고 부르긴 어렵겠죠.
디워는... 글 쓰다 보니 벌써 내용이 가물가물하네요. -_-;; 그런 영화에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시간 때우기에 좋은 영화. 이렇게 논쟁이 붙을만한 영화가 아니라는 게 제 결론...
# by | 2007/08/06 20:06 | 문화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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